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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덜 준' 직원에 성과급·평가점수 몰아준 보험사
작성자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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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평가 항목에서 민원 비중이 크지 않으니까, 일단 보험금 지급액을 깎는 게(금액 면책률) 최우선이죠. 직원 한 사람당 연간 삭감 목표가 1억3000만원 전후고, 팀별·센터별 목표는 별도로 할당됩니다."-한 보험사 보상담당 직원
지난해 보험금 지급관련 소비자 민원은 2만건에 육박(1만9275건)해 전체 보험민원의 절반(43.7%)을 차지했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보험사 직원평가지표(KPI)가 지목됐다.
보험사 직원은 ‘보험금을 덜 주거나 안 줘야’ 인사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거액의 성과급도 챙길 수 있다. 일부사의 KPI에서 이 항목 배점은 50%나 됐다. 보험금 지급심사 위탁을 위해 보험사들은 연말부터 손해사정사(이하 손사)를 새로 선정하는데, 손사의 보험금 부(不)지급 금액·건수가 높으면 100점 만점에 60점을 몰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라이나생명이 지난달 27일 손사 6곳과 계약을 맺은 가운데 선정 기준을 뒤고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협상자에서 탈락한 A손사가 최종 선정됐고, 교보생명 계열 B손사가 막판 탈락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라이나생명이 ‘민원’보다 보험금 부지급률(청구된 보험금 중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 비율)에 더 높은 가점을 부여한 게 논란의 빌미가 됐다.
라이나생명은 손사 위탁 건수가 월 1000건이 넘어 생보사 중 ‘큰 손’으로 통한다. 건당 32만~37만원의 수수료를 받는 손사들이 보험금을 덜 지급하는 쪽으로 심사 방향을 설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말 흥국생명, 한화손보 등 여러 보험사가 손사 선정 입찰에 돌입한 가운데, 대다수 보험사도 ‘보험금을 덜 지급하는’ 손사와 재계약을 맺는다는 것이다.
실제 A 보험사는 청구 금액대비 보험금을 얼마나 적게 지급했는지(금액 면책률), 청구 건수 대비 몇 건을 부지급했는지(건수 면책률)를 100만점 중 60점으로 배정했다. 나머지는 손사 자본금·지점수 등 법인 평가(10점), 민원 건수(10점), 처리기일과 보험사 직원의 정성평가(20점) 등으로 나눠, 비중이 미미하다.
보험사 직원을 평가하는 KPI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보상담당 직원 평가시 금액·건수 면책률 성과를 전체 점수의 50%까지 배정했다. 1억원 이상의 직원당 면책 목표액을 주고 분기별 순위를 매긴다. 실적 좋은 직원에 포상으로 ‘금 10돈’을 주거나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보험사도 있었다.
손사 실무자·팀장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가입자에 통보하고, 이어 보험사 실무자와 팀장도 추가 통보하는 ‘메뉴얼’은 공공연한 비밀. 네 통의 전화통화를 한 뒤 보험사가 ‘합의를 제안’하는 식으로 지급액을 삭감했다.
금감원은 KPI와 손사 평가지표를 개선키고 하고, 최근 보험사 KPI 현황파악에 나섰다. 보험사 경영실태평가(RASS)에서 보험금 지급업무 전반에 대한 점수 비중을 높게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다만 “정당한 사유로 보험금을 정확히 산정해 지급하는 것은 보험사의 능력”이라며 “보험금 부지급률이 높다고 ‘나쁜 보험사’로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금을 늑장 지급하면 내년부터는 지연이자를 8% 까지 주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면책률 만큼이나 처리기일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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